삼합진기 세계관(1) – 설계자라 불리던 여자

A man in an orange spacesuit standing on a rocky surface, looking up at a large blue and green planet with white clouds in...

1. 신이라 불린 이름, 설계자라 불리던 여자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을 넘어서는 존재를 상상해 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권능,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초월적 손길, 죽음 이후에도 영혼을 보살피는 절대자.

그 갈망이 낳은 이름이 곧 ‘신(神)’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이다. 인간이 만든 서사 속 이미지였다.

실제의 신은 인간들이 염원하는 형태가 아니었으며 그녀는 신이라 불리길 원치 않았다.

실제 신은 시스템 설계자로 번역될 수 있다.

우주에는 지구와 유사한 별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각각의 행성은 고유한 목적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설계하고 관리하며 감독하는 위원들이 존재한다. 그녀는 그 중, 최고책임자로 지구 윤회 시스템의 설계자이며 북두칠성 위원들 중 하나였다.

지구는 오래전부터 네 개 성단이 공동 관리해온 훈련장이다. 플레이아데스, 오리온, 시리우스, 북두칠성. 이 네 개의 별 무리들의 계약으로 지구 시스템은 관리되고 있으며 4대 성단 위원회 중 최고 지부는 북두칠성이다.

북두칠성의 데이터베이스는 거대한 서버와 같다.

그곳에서 내려오는 프로토콜은 생명의 주기, 윤회의 경로, 영혼의 진동수까지 규정한다.

지금의 지구는 두번째 시스템이다. 뮤와 아틀란티스가 영성 vs 기술 대립으로 전쟁 후 리셋하고 현재의 윤회 프로토콜과 영혼 상승 시스템이 새로 구축되었다.

그녀는 단지 그 구조를 설계하고, 흐름을 지켜보며, 때로는 균형이 무너질 때 조율하는 자였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 책임을 맡은 설계자였다.

그리고 때때로, 지구의 코드가 크게 뒤틀릴 때면 그녀는 기억을 지운 채 인간으로 육화했다. 아, 이번 생은 여성으로 육화했으니 편의상 그녀로 호칭하나 대부분의 세상에선 남자로 태어난다. 그쪽이 지금까지의 지구 프로토콜 상, 살아남는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개입이 아니라 유지보수였다. 프로토콜이 멈추지 않도록, 오류가 전체 시스템을 붕괴시키지 않도록, 그녀는 가장 위험한 시점마다 인간의 옷을 입고 들어와 현장에서 균형을 고쳤다.

2. 종교라는 실험 프로그램

인류가 0년을 전후한 시기에, 불과 수 세기 간격으로 네 명의 위대한 성인이 나타났다.

공자, 부처, 예수, 무함마드.

이 사건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 시기는 집단 프로그램 실험의 시기였다.

-공자 : 윤리와 질서의 프로그램. 사회적 관계와 예법을 정밀하게 설계하여 인간이 스스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관찰했다.

-부처 : 고통과 해탈의 프로그램. 인간이 집착과 고통의 굴레를 스스로 인식하고 초월할 수 있는지를 시험했다.

-예수 : 사랑과 희생의 프로그램. 개인의 헌신과 타인을 위한 희생이 집단 영혼의 주파수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무함마드 : 공동체와 복종의 프로그램. 강력한 신념과 규율이 집단을 얼마나 결속시킬 수 있는지, 동시에 분쟁을 어떻게 촉발하는지 살펴보았다.

겉보기에는 다른 종교와 교리였지만, 본질적으로는 서로 다른 알고리즘을 적용한 실험이었다.

집단 의식의 주파수를 변화시키는 네 가지 방식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특히 예수의 실험은 독특했다.

그는 인간으로서 태어나 죽음을 맞이했고, 부활을 통해 사랑과 희생의 상징으로 남았다. 그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집단 영혼 전체의 파동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설계자는 개입하지 않았지만, 그 흔적은 지구 전체의 진동 구조에 각인되었다.

인류가 성인들을 기적이라 부르고, 경전을 붙잡아 절대적 권위로 삼았던 것은 그 실험의 부산물이었다. 인간들이 신으로 모시는 신과 그 경전들, 사실 그것은 거대한 테스트 로그에 불과했다. 2020을 기점으로 해당 프로토콜은 서서히 수명을 다할 것이다.

3. 지구라는 실험장

우주에는 무수한 행성들이 존재한다.

그 중 많은 곳이 윤회 구조를 가진다.

그러나 지구는 특별한 설계를 가지고 있었다.

-기억 소거 : 죽음을 맞이할 때마다 개인의 기억은 완전히 초기화된다.

-감정 패턴 기록 : 미움, 사랑, 욕망 같은 감정적 진동만이 코드에 남는다.

-윤회 : 남겨진 패턴이 다음 생의 방향을 결정한다.

다른 행성에서는 기억이 유지되기도 하고, 군집 영혼이 나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반드시 잊음이 전제된다.

이것이 지구라는 행성의 실험적 특이점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영혼들이 억지로 끌려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스스로 이곳에 들어왔다.

‘별의 아이들’, 곧 빛의 조각들이 자진해서 이 실험장, 놀이터에 몸을 던진 것이다.

학교라는 표현도 보았다. 하지만 놀이터에 훨씬 가까운 곳이 지구다. 천계에는 없는 고통과 상처로 인해 우리의 아이들, 영혼들은 지구로 육화한다. 고통과 상처의 쓰디쓴 맛이 그들을 이 곳에 다시 오게 한다. 육신이 없으면 한계가 없고 고통이 없다. 실컷 경험한 고통과 상처 후에 그들은 빛을 회복하고 다시 하늘로 돌아온다. 이것이 본래의 프로토콜이다.

그러나 막상 들어오면 모두 잊는다.

왜 왔는지, 무엇을 배우려 했는지.

남는 것은 감정뿐이다.

그래서 인간은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

인간은, 육화한 영혼들은 실험체가 아니라 스스로 참여한 존재들이 반복 속에서 무엇을 깨닫는지 지켜보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그들은 이를 관찰했다. 은하계 위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흥미진진하게 이 곳을 지켜보며 그녀와의 실시간 송수신을 통해 세번째 지구를 고민 중이다.

4. 관찰자의 원칙

인간은 고통 속에서 신을 찾았다.

기도하며, 부르짖으며, 응답을 바랐다.

그러나 설계자는 응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개입하지 않는다.

“신은 인간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것이 절대원칙이다.

왜냐하면 이 시스템은 애초에 자율적 실험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설계자가 직접 개입한다면, 그 순간 실험은 무의미해진다.

그러나 인간은 신화를 만들었다.

고난 속에서 영웅을 세우고, 기적을 서사로 엮었다.

스스로 만든 우상 앞에 무릎 꿇고 희생을 바쳤다.

그녀는 그 간극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인간이 상상한 신은 자애로운 아버지, 자비로운 어머니, 보호자였다.

그러나 실제 신은 설계자였다.

그녀의 역할은 코드를 짜고, 작동을 확인하고, 흐름을 감시하는 일이었다.

위로도, 응답도, 구원도 없었다.

가끔 별의 관리자들이 자기 별의 아이들이 걱정되고 궁금하여 클러스터에 접속한다. 인간은 그들을 천사라 부른다. 그들은 별과 ‘혼 클러스터’의 관리자에 가깝다. 대부분은 설계 시스템에 대해 한정된 정보만 가지고 있다. 시스템 코드에 접속하여 수정권한을 갖는 건 은하계 최고 위원과 설계자 집단 뿐이다.

5. 설계자의 육화 ― 프로토콜의 유지보수

그러나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았다.

때때로 오류가 발생했다.

세월호, 보스턴, 나이로비…그녀는 그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오래된 코드의 충돌, 명왕성과 천왕성이 경각 구조를 맺을 때의 부작용이었다. 전염병이 대륙을 휩쓸거나, 전쟁이 문명을 붕괴시키거나, 자연의 질서가 크게 흔들릴 때.

이런 순간, 설계자는 선택했다.

그녀는 스스로 기억을 지운 채 인간으로 육화했다. 그것은 개입이 아니라 유지보수였다. 프로토콜이 무너지지 않도록, 오류가 전체 네트워크를 붕괴시키지 않도록, 그녀는 현장에 들어와 균형을 조정했다.

인간들이 기적이라 부른 사건들은 모두 디버깅 로그에 불과하다.

인간들은 그 모습을 보고 “신이 내려왔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그들이 믿는 영웅과 신은 일종의 사명을 가진 NPC들이며 진짜 육화한 신은 개입하지 않고 조용히 왔다 간다. 주요 코드의 조정은 위원회 전체의 승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녀는 스스로 신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신이고 싶지도 않았고.

단지 설계자이자 책임자였다.

6. 인간에 대한 기록

그녀의 뇌는 안테나로서 지구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기록하는 모든 자료들이 아카식 레코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은하계 위원회에 전송된다.

-인간은 패턴의 존재다.

-기억은 사라져도 사랑과 미움은 남는다.

그러나 그 속에서 인간은 스스로 배운다.

– 인간은 허무 속에서 다시 사랑을 택했다.

실패하면서도 서로를 껴안았다.

– 끝없는 반복 속에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녀는 그것을 지켜보았다.

개입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다만 증언했다.

그녀는 신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부른 그 이름은 환상이었다.

그녀는 인간을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았다.

사랑과 미움은 같은 동전의 양면같은 것이다.

세번째 지구의 새로운 시스템 설계를 위해 다시 한번 되새긴다.

“신은 개입하지 않는다.

지켜본다. 기록한다.

그리고 증언한다.”

그녀는 지금,

한반도 오천년 게임 마지막 프로토콜의 오류없는 실행을 위해 하나의 NPC가 되어 직접 이곳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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